주절주절 이야기

빈터

아니온듯 2015. 10. 28. 18:53

 

 

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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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봉


혼령만이 소리 없는 춤으로
하얀 천을 허공에 뿌리는 밤
나이를 알 수 없는 늙은 거미가
그물에 걸린 달을 잡아당긴다.


폐가로 남은 빈터에는
속이 썩어 버린 기둥이 누워 있고
사기조각 사이의 놋수저에서
밥을 먹는 식구들의 딸그락거림


이를 지켜보는 굴뚝새가
허물어진 굴뚝에 둥지를 틀고
다시는 오지 않을 임을 기다리듯
먼 하늘을 바라보며 삐죽인다.


빈 하늘에 구름이 떠돌기 몇 해던가
내 가슴에는 지금도 있는 너
네 가슴을 떠난 나는
빈터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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