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스포츠 통해 인내심 키우고 인간관계 향상시켜
등산은 육체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만 정신 건강 면에서 끼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정신과 전문의인 한오수 박사(65·전 현대아산병원 교수)는
“등산은 다른 운동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황홀경과 정신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스포츠”라 말한다.
한 박사는 “자연 자체가 정화작용을 한다”며 “우리 인간은 그러한 자연을 끊임없이 추구하는데,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이 바로 산”이라 강조했다.
한 박사는 “헬스는 기계적인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등산은 운동과 더불어 즐거움을 주고,
등산을 통해 형성되는 엔도르핀이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할 수 있게 한다”며 “또한 집중하여 고도의 위기감을
벗어나는 순간 만족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이것 역시 다른 운동에서는 느끼기 힘든 것”이라 말한다.
킬리만자로와 엘브루즈 등 해외 고산 트레킹 경험이 많은 한오수 박사는 “현대의 사회인들은 자연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산을 오르노라면 대자연 속에서 숨쉬고 해방감을 찾을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포츠”라며
“특히 젊은이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박사는 또한 “목숨을 걸고 하는 스포츠는 등반이 유일할 것”이라며
“그런 극한의 스포츠를 통해 인내심도 키우고 그로 인해 인간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오수 박사는 “고산에서 힘든 상황을 겪으면 다시는 안 가겠다고 다짐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 가게 된다”며 “여인들이 아이를 낳을 때 엄청난 고통을 겪고 나면 다신 아이를 낳지 않겠다 말해 놓고 또 아이를 낳는 것처럼
힘든 과정이 반복되는 산을 끊임없이 오르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라 강조했다.
김유영 교수 또한 “힘든 트레킹이나 트레킹 피크 등반을 무사히 마치면 그 성취감이 6개월 이상 가는 것 같다”며
“등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된 과정을 견디어냈다는 만족감 때문인 것도 같다”고 말한다.
1982년 마칼루 학술원정대에 참가한 이후 트레킹뿐 아니라 의료봉사와 문화교류를 위해 거의 매년 네팔 히말라야를 찾고 있는 이근후 박사(정신과)는 등산을 수도(修道)의 경지로 해석했다. 이 박사는 “등산은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육체적인 면이 강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산’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정신적인 면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근후 박사는 “인간에게는 삶의 본능과 함께 죽음의 본능이 존재한다”며 “등산은 자동 평형 능력을 움직여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능력을 키워주는 운동”이라며 “일반적으로 산에 다녀와서 스트레스 확 풀고
왔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는 몸에 나쁜 파장이 사라지고 지극히 안정적인 상태를 되찾았기 때문이며,
이런 상태가 계속 쌓이다 보면 득도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라 말했다.
이 박사는 세계 최초의 14개 거봉 완등자인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를 예로 들며, “
등산은 수도승 같은 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스포츠”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박사는 라인홀트 메스너의 저서 <나는 살아서 돌아왔다>를 읽고,
첫 번째 등정한 고봉인 낭가파르바트 등반에서는 동생을 잃고도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오만한 태도를 보여 왔던 매스너가 고봉을 하나 하나 넘는 사이 완숙하고 겸손한 수도자로 변해 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 박사는 “환각 등 고산에서 병리적인 체험을 겪는 사이 인격이 퇴적층 쌓이듯
한 층 한 층 쌓여 결국 수도승과 같은 경지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등산을 세 단계로 표현했다.
‘오로지 목표에만 집착하는 만용의 단계’에서 ‘산등성이에 올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른 다음
마지막으로 ‘좌절을 극복하고 수도승의 단계’에 올라선다고 말한다.
이 때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식의 이분법적인 자세로 등산에 접하면 절대로 세 번째 단계까지 올라설 수 없다고
이 박사는 단언한다. 그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예로 들며, “해발 8,848m 고지를 향해 오르다가
8,400m 중턱에서 되돌아섰을 때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거기까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박사는 “등산을 통해 건강에 도움을 얻으려면 늘보 스포츠로 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박사는 “요즘 사람들은 주변 환경이 너무 편리해 불편한 것은 견디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것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력을 키워주는 운동이 또한 등산”이라 말한다.
이근후 박사는 “에베레스트를 오른 사람은 한 명 한 명 다 초등자”라는 원로 산악인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힘이 달려 도중에 내려섰다고 그것을 실패나 좌절로 여겨서는 안 되며,
그래야 그때 그때 성공했다는 만족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글 한필석 부장
출처 : http://blog.daum.net/ansrudxhtkah/9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