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이야기
나는 가을이 되면 잠시 눈을 감는다 ....
아니온듯
2015. 10. 29. 11:53
나는 가을이 되면 잠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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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밤의 찬 공기는 내게 가을임을 알리고,
나는 가을이 되면 잠시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모든 것을 지운다
그 까만 배경에 너를 그린다
처음 만났을 때의 너를 그린다
너의 얼굴 너의 표정
너의 옷가지 너의 손인사
다행이 아직 난 너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자 너의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머리카락 바람에 날리는 향기
품안에 안기는 따뜻한 향기
조금 서툴렀던 우리 사랑의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눈을 뜨면 네가 내 품 안일 것만 같다
하지만, 여기서 눈을 떠버리면
너는 다시 어두운 어딘가로 사라져
너를 점점 떠올리기 힘들 것만 같다
이대로 널 보고, 널 느끼고 있으니
꼭 감은 두 눈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살며시 눈물을 내리운다
그래, 이렇게 아직 난 너와 함께 있는 것이다
아직 나는 너와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비록 우린 다시 만나기 어렵겠지만
다만 난 이렇게 너를 만나곤 한다
그 때 말 못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가을이다, 부디 잘 지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