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이야기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아니온듯 2015. 11. 16. 18:24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걸
바라봐야 할 시간



-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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